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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월.

'친구사이?'는 순제작비(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 1,000만원을 예상하고 시작했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순제작비가 650만원이었다.

소소만에 비해서 친구사이는 촬영 기간도 길어야 했고(러닝타임이 기니까 당연한 거다) 철원에서의 촬영 분량도 많아서 제작비가 껑충 뛰었다.

지방에서 촬영을 하게 되면 돈이 많이 든다.

지방까지 가야 하는 차량의 유류비도 그렇지만

숙박에 식비까지 서울 촬영보다 곱절은 더 든다.

게다가 면회소 장면을 촬영 하자면 오픈 세트(야외 공간에 세트처럼 꾸민는 것)를 만들어야 한다.

군에서 동성애 영화에 면회소를 빌려줄 리는 없었다.

거짓말을 하고 빌리고 싶지도 않았고.

결국 오픈세트를 꾸며야 했다.

예상하는 대로 그것이 모두 돈으로 만들어 진다.

'친구사이?'의 스태프들은 정말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력이 필요한 건 아무 걱정이 없는데,

돈이 필요한 건 정말 막막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나는 나은 편이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다른 감독이나 프로듀서들은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 기회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독립영화 제작 환경의 어려움을 좀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혹시 다음에 어떤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 후원금을 모금한다면

'친구사이?'를 거울 삼아 후원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주면 더 고맙겠다.

 

소소만의 순제작비 650만원 중 256명의 소년단이 만들어준 후원금이 무려 450만원이나 된다.

'친구사이?'도 소소만처럼 후원금을 모아야 했다.

거금 1,000만원이 내게 있을리 만무하다.

소소만처럼 후원금을 모으고 모자란 부분을 내가 보태면 가능할 것 같았다.

우선 후원금을 보내주는 분들의 이름을 정했다.

영화 제목이 '친구사이?'니까 '친구들'이라고 했다.

친구들.

야, 이름이 좋다.

기분까지 좋아 진다.

돈도 많이 들어 올 것 같고. ㅎㅎ

 

블로그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총 115명의 '친구들'이 500만원을 모아 주었다.

고마운 분들이다.

소소만때 보다 인원이 많이 줄어든 이유는

소소만은 김혜성, 이현진이라는 유명한 배우들이 참여한 영화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팬클럽에서 돈을 모아준 것이 있었지만

우리 지후와 제훈이는 아직 유명한 배우가 아니라서 팬클럽이 없었기 때문에 단체로 돈을 모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 한가지.

또 소소만은 내가 처음 연출한 영화여서 내 지인들이 많이 참여해주었고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숫자가 많이 줄었다는 게 한가지다.

하지만 금액은 오히려 더 늘었다.

소소만을 보고 좋아하신 분들이 큰 돈을 보내준 덕분이다.

'친구사이?'의 친구들,

115명께 정말 감사 드린다. 꾸벅.^^

 

나머지 500만원은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면 되니까(나중에 개봉하면 이 정도는 들어오게 될 것이다. 소소만 때도 그랬으니까) 여유 있게 시작했다.

하지만 준비를 하면서 제작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제는 세트.

'친구사이?'의 중요한 장면 중 여관방이 세트다.

여관을 빌려서 촬영할 것을 고민해 보았지만

우리나라 여관들이 대체로 너무 좁고 천정도 낮아서 영화를 찍기가 어려웠다.

여관방을 빌려서 찍는다면 내가 만들고자 했던 여러 그림들을 포기해야 했다.

고민 끝에 세트를 짓기로 했고

그 때문에 돈이 엄청 불어 났다.

그러다 보니 마이너스 통장도 이제 바닥이 났다.

헉, 영화를 정말 잘 찍어야 한다.

망하면 난 큰일 난다. ㅋㅋ

이렇게 되니 오히려 열정이 더 솟구친다!!!

관객동원 목표를 더 늘려 잡았다.

자, 극장 관객 1만명을 향해 돌진!

광수는 1만 관객을 목표로 영화를 찍는다~~~


2009년 5월.

크랭크 인.

드디어 촬영이다.

소소만 때는 촬영 전날 잠을 자지 못했었다.

연출이 처음인 초짜 감독인 광수는 전전긍긍 했었다.

 

여기서 잠깐,

소소만 때의 일기를 들춰 보자.

 

"드디어 촬영을 하루 앞둔 날이다.
좀처럼 잠이 오질 않는다.

뭘 빠트리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 내가 정말 연출을 해도 되는 건지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어떡하지?
촬영을 하려면 잠을 좀 자야 한다는 생각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한 두 시간 흘렀을까?
안 되겠다 싶어 다른 사람의 영화를 꺼내 들었다.
집에 있는DVD를 뒤지다가 <와니와 준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발견하고 좋아라하며 틀어 보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 영화.
첫 촬영을 앞두고 보는 맛이 남다르다.
어떤 장면은 몇 번을 돌려 보기도 했다.
다른 게 없나 하고 서랍을 뒤지다가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발견했다.
어?
이 게 왜 여기 있는 거지?
김종관 감독이 우리 사무실에서 단편 작업을 할 때 받았던 건가?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보니 더 두려워 진다.
종관이는 저렇게 배우들의 감정을 잡아 냈구나.
저렇게 호흡 조절을 했구나.
정유미의 저 연기는 지금 봐도 좋구나.
그런데 난?
난 종관이만큼이나 할 수가 있을까?
난 준비가 돼있나?
다시 또 끝 모를 불안감이 나를 괴롭혔다.

결국 새벽까지 뒤척이며 괴로워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아뿔싸, 눈이 떠진 건 집합 시간을 채 30여분 남긴 6시 30분.
부랴부랴 이를 닦고 고양이 세수를 마친 다음 지하철을 탔다.
가면서도 내내 불안하다.
지금이라도 연출은 못한다고 할까?
아니다.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다.
아, 어쩐다...
그래, 어쩔 수 없어.
스태프, 연기자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읽으신 것처럼 소소만 때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괴로워했엇다.

그렇다면 '친구사이?' 때는?

잠을 잘 잤을까?

 

'친구사이?' 촬영 전날도 잠을 자지 못했다.

두번째 연출이지만 걱정이 앞을 가렸다.

소소만 때보다 더하지는 않았지만 덜하지도 않았다.

아, 난 언제쯤 촬영 전날 발 쭈욱 뻗고 잘 잘수 있을까?

난 언제쯤이면 초짜 감독을 벗어날 수 있을까?

 

아침에 화장이 뜬 상태로 촬영장에 나갔다.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그런데 분장실장님,

"감독님, 뭐 바르셨네요? 잘 안 먹었다." 하는 게 아닌가!

역시 귀신이다.

얼굴이 떠 보일까봐 비비크림 좀 발랐더니 오히려 역효과다.

차라리 그냥 나올 걸. ㅠ.ㅠ

 

촬영 첫날 스케줄 때문에 엔딩 시퀀스를 찍어야 했다.

초보 감독에게 첫날 엔딩을 찍는 건 무리.

배우들의 감정이 잘 안 잡힌다.

첫날부터 테이크를 여러 번 간다.

아, 시간도 돈도 흩뿌려 진다.

빨리 내 페이스를 잡아야 한다.

어떡해!!!

“지후야, 제훈아, 너희들 애인 같지 않고 친구 같아.”

이 영화는 <친구사이>가 아니라 <친구사이?> 라고!

둘이 너무 애인 같지가 않다.

그동안 많은 연습을 했지만 아직은 게이커플 같지 않은 지후와 제훈이.

걱정이 늘어 가고 시간도 빨리 간다.

 

홍대 앞  거리를 달리는 장면에서는 NG가 17번이나 났다.

그래도 맘에 안 든다.

어쩌지?

때마침 나의 연인 화니가 현장에 구경을 왔다.

그래, 시범을 보이자.

시범을 보이자는 말에 나의 연인은 “내가 왜?”라고 했지만 착한 녀석은 나의 손에 이끌려 거리를 내달렸다.

이게 게인 연인들의 달리기라구!!!

시범을 본 스태프들이 환호를 보낸다.

그리고 이어진 촬영에서 드디어 OK!

지후와 제훈이가 금방 감을 잡았다.

착한 녀석들.

 

나와 화니의 시범이 담긴 장면을 메이킹에 넣었지만 화니가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관계로 소리만 담고 화면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쉽다.

진짜 게이 커플이 사람들이 많은 대로에서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언젠가 화니가 커밍아웃을 하게 되면 다시 살려 볼 생각이다.

 

첫날,

엔딩 시퀀스를 찍어야 했던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렇게 '친구사이?'의 크랭크인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장면이 바로 요것!!!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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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 입니다

    2009/12/09 09:00
  2. shine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는 내내 내 입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케 됐습니다....위에 사진 너무 좋아요...

    2009/12/09 14:52
  3. 소바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장이 뜬 상태로... ㅋㅋ
    저도 비비크림 잘못 발랐다가 사람들한테 걸린 적 있어요
    다크써클을 없애려고 바른 비비의 구역이 점점 얼굴 전체로 퍼져나가서... ㅋㅋㅋ

    요즘은 아얘 다크써클 감추기는 포기
    비비도 버림받고 있습니다.

    2009/12/09 21:39
  4. jw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비를 얼굴에 바르고 스폰지에 스킨을 묻혀서 펴 바르면 그냥 손으로 바르는 것보다
    훨씬 잘 먹어요- :)

    2010/02/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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